업무사례
장애인위계등추행 항소심 실형에서 집행유예 사례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되고 법정구속된 장애인 대상 성범죄 사건에서, 항소심 양형 변론을 통해 원심 파기와 집행유예를 이끌어낸 사례입니다.
Ⅰ. 사건의 개요
의뢰인은 고등학교 동창 2명과 함께 지적장애가 있는 같은 학교 학생을 상대로 범행하였습니다.
의뢰인 등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이용하여 피해자가 호감을 갖고 있던 이성 친구인 것처럼 행세하며 피해자를 속였고, 이를 통해 메신저 대화방에서 피해자로 하여금 자신의 신체를 촬영하여 전송하도록 유도하였습니다. 같은 대화방에서 장애를 비하하는 모욕적 메시지도 수차례 전송하였습니다. 적용된 죄명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위계등추행), 장애인복지법위반, 모욕 세 가지였습니다.
의뢰인은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고 있었으나, 1심에서는 다른 공범과 국선변호인을 함께 쓰는 구조로 재판에 임하였습니다. 피해자와의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양형 변론도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되었으며, 의뢰인은 법정에서 구속되었습니다. 이후 의뢰인의 가족이 사무실을 찾아오면서 항소심을 맡게 되었습니다.
Ⅱ. 사건 쟁점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는 사건이었으므로, 쟁점은 실형과 집행유예의 경계를 가르는 양형이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죄명인 장애인위계등추행은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추행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여기서 위계란 행위자가 간계를 써서 상대방의 부지 또는 착오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며,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호감을 갖고 있던 이성 친구인 것처럼 행세하거나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속인 행위가 위계에 해당하였습니다. 지적장애로 판단 능력이 온전하지 못한 피해자가 이러한 속임수에 넘어간 구조입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6항에 따라 법정형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장애인복지법위반은 장애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를 한 경우 성립하는 죄로, 하나의 행위가 두 법률에 모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어 형이 더 무거운 장애인위계등추행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됩니다. 여기에 모욕죄가 경합하면서 이 사건의 처단형 범위는 징역 1년에서 36년에 이르렀습니다.
형사처벌로 절차가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가 되고, 아동·청소년 관련기관과 장애인 관련기관에 대한 취업제한명령이 부과되며, 사안에 따라 공개명령이나 고지명령이 더해질 수 있습니다.
Ⅲ. 강창효 변호사의 조력
혐의를 전부 인정하는 이상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는 수단은 양형자료의 질과 양, 그리고 이를 논리적으로 엮어내는 변론요지서였습니다. 변호인은 1심에서 채워지지 않은 부분을 항소심에서 보완하는 데 집중하였습니다.
1) 피해자 측과의 합의
1심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데에는 사정이 있었습니다. 의뢰인은 공범들 가운데 범행을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주도하였고, 피해자에 대한 모욕 횟수도 다른 공범의 2배에서 7배에 이르렀습니다. 항소심 판결문에도 의뢰인의 비난가능성이 크다는 취지가 적시되었습니다. 변호인은 의뢰인과 의뢰인의 어머니가 직접 작성한 사죄 편지를 피해자 측에 전달하며 사과의 뜻을 전하였고, 결국 피해자와 법정대리인으로부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확보하였습니다.
다만 합의는 양형의 한 요소일 뿐 면책 사유가 아닙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공판에서 합의만으로 모든 잘못이 면책될 수는 없다는 점을 지적하였으므로, 합의 외의 양형자료를 더 두텁게 준비하였습니다.
2) 반성의 진정성을 행동으로 입증
의뢰인은 구속 이후 약 20회에 걸쳐 자필 반성문을 재판부에 제출하였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의뢰인의 어머니가 직접 성범죄 재범방지교육을 이수하고 그 수료 증명서를 제출하였습니다. 교육하겠다는 진술에 그치지 않고 부모가 먼저 교육을 이수하였다는 사실은, 가족의 교화 의지가 행동으로 뒷받침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였습니다. 부모의 탄원서와 4년 넘게 교제해 온 상대의 탄원서도 함께 제출하여, 의뢰인이 사회로 복귀하였을 때 곁에서 지지할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3) 삶의 맥락을 담은 양형자료 12건 구성
변호인은 의뢰인의 환경과 사정을 재판부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총 12건의 양형자료를 체계적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의뢰인의 부친은 심장 판막수술 이후 정상적인 근로가 어려운 상태였고, 모친이 운영하던 수제화 사업체는 사정이 기울어 부동산 임의경매가 개시된 상황이었습니다. 의뢰인은 이러한 형편을 알고 부모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하여 학원에 다니지 않고 독학으로 대학교 편입에 합격하였습니다. 부친의 의무기록, 사업체 등기부등본, 임의경매 통지서, 편입 합격통지서, 등록금 영수증 등을 하나의 맥락으로 엮어 제출하였습니다.
4) 변론요지서를 통한 양형부당 논증
재판부는 양형을 결정할 때 형법 제51조에 열거된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변호인은 변론요지서에서 의뢰인의 연령·성행·환경(제1호)과 범행 후의 정황(제4호)을 중심으로, 1심에서 변호인의 조력이 미진하였던 사정, 항소심에 이르러 합의가 이루어진 경위, 어머니의 재범방지교육 이수, 가족의 교화 의지를 종합하여 원심의 양형이 과중하다는 점을 논증하였습니다.
Ⅳ. 결과
서울고등법원 제11-3형사부는 의뢰인의 양형부당 항소에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을 파기하였습니다. 새로 선고된 내용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40시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관련기관에 대한 각 3년간의 취업제한입니다. 한편 검사도 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하였으나 재판부는 이를 기각하였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의뢰인이 모든 범행을 인정하고 있는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항소심에 이르러 피해자와 합의하여 처벌불원 의사를 확보한 점, 법정구속 이후 수개월간의 구금생활을 통하여 반성의 기회를 가진 점 등을 종합하여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같은 혐의와 같은 사실관계 아래에서도 양형 변론의 내용에 따라 실형과 집행유예가 갈릴 수 있습니다.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일수록 합의, 반성의 구체적 증빙, 의뢰인의 생활 환경을 재판부가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자료가 결과를 좌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