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사례
카메라등이용촬영 항소심 실형에서 벌금형 사례
집행유예 기간 중의 재범으로 1심에서 징역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되고 법정구속된 카메라등이용촬영 사건에서, 항소심 양형 변론을 통해 원심 파기와 벌금형을 이끌어낸 사례입니다.
Ⅰ. 사건의 개요
의뢰인은 유사강간죄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고, 그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에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습니다.
의뢰인은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하여 알게 된 미성년 피해자를 만난 자리에서, 피해자의 동의 없이 휴대전화로 촬영하였습니다. 피해자가 촬영하지 말라는 의사를 밝혀 잠시 중단하였다가 다시 촬영을 이어간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1심은 다른 변호인이 맡았고, 피해자와 2,500만 원에 합의하여 처벌불원 의사까지 확보한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징역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되어 의뢰인은 법정에서 구속되었습니다. 이후 의뢰인의 가족이 사무실을 찾아오면서 항소심을 맡게 되었습니다.
Ⅱ. 사건 쟁점
핵심 쟁점은 합의가 이미 이루어진 사건에서 어떻게 실형을 벌금형으로 바꿀 수 있는지였습니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카메라나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경우 성립합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합의는 양형에서 유리한 정상으로 작용하고,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는 재판부가 무겁게 고려하는 요소입니다. 실무상 카촬 사건의 합의금은 촬영물의 성격, 유포 여부, 피해자의 연령, 범행 경위에 따라 폭넓게 형성됩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2,500만 원의 합의에도 실형이 선고되었습니다. 의뢰인에게 동종 전과가 있었고 그 집행유예 기간 중에 다시 성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양형기준상 동종 전과는 특별가중인자로 분류되고, 집행유예 기간 중의 재범은 더욱 엄격하게 평가됩니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었습니다. 이 사건의 실형이 확정되면 기존 집행유예가 실효되어 유예되어 있던 징역 2년이 되살아납니다. 1심이 선고한 징역 6개월과 합산하면 총 2년 6개월을 복역하여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항소심에서는 합의 사실을 다시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였고, 재판부가 벌금형을 선택하여도 충분하다고 판단할 만한 양형자료를 새로 구성하여야 했습니다.
Ⅲ. 강창효 변호사의 조력
의뢰인이 혐의를 전부 인정하고 있었으므로 항소심의 승부처는 양형 변론이었습니다. 변호인은 1심에서 제출된 자료를 반복하는 대신 새로운 양형자료를 축적하는 데 집중하였습니다.
1) 추가 합의금 지급과 피해자 측의 재차 선처 탄원
의뢰인은 항소심에서 추가로 800만 원을 피해자 측에 지급하였습니다. 1심의 2,500만 원과 합하면 총 3,300만 원입니다. 변호인은 금액보다도 피해자 측의 의사를 다시 확인받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의뢰인이 구치소에서 반성하고 있다는 사정을 피해자 측 변호사에게 전달하였고, 피해자의 어머니가 이를 받아들여 항소심 법원에 다시 선처 탄원서를 제출하였습니다. 피고인이 장기간 복역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였습니다. 1심과 항소심에서 두 차례에 걸쳐 선처를 탄원하였다는 사실은 합의금의 수수를 넘어 용서의 의사가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였습니다.
2) 재범 위험성이 낮다는 객관적 근거 확보
동종 전과에 더하여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한 사안에서 재판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재범 가능성입니다. 반성문이나 구두의 다짐만으로는 이 우려를 해소하기 어렵습니다. 의뢰인은 1심 이전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이수하고, 심리상담센터에서 MMPI-2와 TCI 심리검사를 받아 왜곡된 성인식이 발견되지 않으며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소견서를 확보한 상태였습니다. 항소심에서는 여기에 더하여 수감 중에도 범죄심리상담센터에서 약 한 달간 전문 심리상담을 이수하였고, 한국판 성폭력범죄자 재범위험성평가에서 총점 6점, 재범 위험성 매우 낮음이라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수감 중에 자발적으로 이러한 과정을 밟았다는 사실 자체가 반성이 형식적이지 않음을 뒷받침하였습니다.
3) 촬영물의 즉시 삭제와 유포 부존재 입증
카촬 사건의 양형에서는 촬영물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가 합의금의 규모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의뢰인은 피해자가 촬영을 거부하는 의사를 밝힌 직후 촬영을 중단하였고 당일 촬영물을 삭제하였습니다. 영상은 3초에서 5초 분량에 불과하였고, 밤 11시경 조명이 없는 어두운 차량 내부에서 촬영되어 영상만으로는 피해자를 식별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촬영물은 어디에도 유포되지 않았고 유포할 의사도 없었습니다. 변호인은 이러한 사정을 구체적으로 입증하여 피해 확산의 위험이 없었던 사안임을 밝혔습니다.
4) 가족의 자필 탄원과 보호·관리 계획서
의뢰인의 부친, 모친, 누나, 매형이 각각 자필 탄원서를 제출하였습니다. 특히 부친의 탄원서에는 아들이 같은 잘못을 반복한 데 대한 분노를 그대로 적고,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바로잡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었습니다. 범행을 감싸는 내용이 아니라 잘못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탄원의 진정성을 높였습니다. 여기에 가족이 함께 작성한 보호·관리 계획서를 제출하여, 의뢰인이 사회로 복귀한 뒤의 관리 방안까지 제시하였습니다. 재범을 억제할 현실적인 지지 체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였습니다.
5) 집행유예 실효 시 결과의 가혹성 논증
변호인은 원심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의 결과를 정면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이번 징역 6개월에 기존 집행유예 징역 2년이 더해져 총 2년 6개월을 복역하게 되는데, 피해자 측이 두 차례 선처를 탄원하고 전문가 평가에서 재범 위험성이 매우 낮음으로 판정되었으며 가족이 관리계획까지 마련한 상황에서 그러한 결과가 형벌의 목적에 부합하는지를 논증하였습니다.
Ⅳ. 결과
항소심 재판부는 이러한 양형 변론을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하였습니다. 실형이 벌금형으로 변경됨에 따라 기존 집행유예도 실효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신상정보 공개명령과 고지명령도 면제되었습니다.
판결문에 기재된 양형사유는 의뢰인이 범행을 시인하고 수감생활을 통하여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원심에서의 합의에 더하여 항소심에서 추가로 합의금을 지급한 점, 피해자 측이 다시 선처 의사를 표시한 점, 촬영물이 유포되지 않은 점, 가족의 사회적 유대관계가 분명한 점, 징역형이 확정되면 기존 집행유예가 실효되어 가혹한 결과가 초래되는 점 등입니다.
합의는 양형의 출발점이지 그 자체로 실형을 면하게 하는 요소가 아닙니다. 동종 전과가 있거나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한 사안이라면 합의 이외에 재범 위험성과 피해 확산 여부에 관한 객관적 자료를 어떻게 갖추는지가 결과를 좌우합니다.